저렴하면서 좋은 제품을 고르기 위해 소셜커머스 사이트를 자주 둘러본다. 쿠팡, 티몬, 위메프 등인데 주로 맛집을 싸게 이용하기 위한 용도로 쓴다. 여기서 알게 되고 단골이 된 집도 몇 군데 있고. 여행상품 정보도 많이 제공하는데 굉장히 저렴한 것도 종종 올라온다. 여행사에서 일하는 지인의 말에 의하면 절대 그런 가격이 나올 수가 없는데 참 신기하다고. 여행사에서 미리 잡아놨다가 팔리지 않아서 땡처리하는 걸까?
화~목 2박3일 일정 후쿠오카 패키지 여행이 단돈 149,000원!!에 올라왔다. 혼자 가도 안될 건 없지만 싱글차지(1인룸) 비용도 그렇고 패키지 단위로 움직이는데 외롭게 있으면 더 불쌍할 것 같아서 여행 파티원을 이리저리 구해보았다. 나 같은 백수는 없고 대학원 재학중인 동생 하나를 꼬셔서 가기로. 그런데 웬걸, 결제까지 마쳤으나 업체로부터 전화가 와서 예약이 꽉 찼다며 친절하게도 취소를 도와주겠단다. 내 참... 쿨하게 포기하고 수~금 일정의 패키지를 다시 결제했다. 다음 날 전화 와서 하는 말이 최소인원이 미달되어서 출발하지 않는 일정이란다.
아, 열받아. 이쯤에서 여행 확 접어버릴까 했으나 백수 생활이 2주 남짓 남았기에... 언제 올지 모를 기회니 꾹 참고 다시 다른 일정을 찾아봤다. 이번엔 소셜이 아닌 어떤 여행사 사이트에서 '출발확정'이라는 꼬리표까지 확인하고 결제를! 하려고 보니 여권번호 등등을 입력하라네. 같이 가는 동생에게 여권번호 보내달라고 카톡을 넣었다. 몇분 후 전화가 오더니 "형님 저 여권 만료됐네요 하하하하" ... 두 번의 패키지 취소가 정말 다행이었구나. 그날은 금요일. 돌아오는 월요일에 여권발급신청했고, 발급이 완료된 후에는 남아있는 저렴한 패키지 여행이 없었다. 젊은 패기로 자유여행을 떠나자며 승선권만 결제. 그러나 여객터미널 주위만 구경하고 올까봐 일본어 능통자 후배 모쿠상을 통역으로 섭외해서 총 3명이 여행을 떠나게 되었다.
북큐슈에 위치한 후쿠오카. 차로 못간다 뿐이지 부산과 대전 거리다. 난 처음 가는 땅이기도 하다. 부푼 기대를 안고 우리 셋은 중앙동 여객터미널에서 만났다. 여행사 직원이 배 티켓을 끊어줬는데 받고 보니 시모노세키 행... 하하하하하하. 통역을 맡은 동생 말곤 둘다 처음 가보는 일본이니 상관없었고, 통역 동생 왈 후쿠오카는 가봤으나 시모노세키는 처음이라며 차라리 잘됐다는 무한 긍정의 힘을 보여주었다.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통역 맡은 애가 후쿠오카에서의 일정을 매우 세세하게 짜 왔고 부탁받은 선물과 후쿠오카에 거주하는 지인을 만날 예정이었다는 아주 사소한 것만 제외하면 별일 아니다.
우리가 탄 배는 부관훼리의 성희호. 부산에서 밤에 출발하고 익일 아침 시모노세키에 도착한다. 실제 배가 가는 시간은 얼마 안 되지만(약 5시간), 양국 공무원들의 출퇴근 시간 관계로 배에서 꼬박 12시간을 있어야 한다.
부관훼리 성희호(시모노세키 행)에서 찍은 카멜리아호(후쿠오카 행) 사진. 저걸 탔어야해
부산항 대교. 배경으로 사진 찍으면 굿. 바람이 심해서 건진 사진이 없는게 함정
배에 우리 같은 관광객은 전혀 없는 듯했고, 보따리장사가 많았다. 우리가 들어간 방은 11인실. 룸메이트로 할아버지/아들/손자 3인방과 일본... 인줄 알았던 재일교포 아저씨까지 총 7명. 11명이 꽉 찼다면 상당히 좁고 불편했을 텐데 비교적 넓고 편하게 왔다. 우리가 신기했던지 자꾸 말을 거는 바람에 낯가림 심한 난 이어폰 끼고 누워버렸고 동생 둘은 아저씨랑 예의바르게 이야기를 나눴다. 나중에 들어보니 빠져나올 타이밍을 못잡았다고.. 심지어 돌아올 땐 6인실에 우리 셋만 있어서 특등실 기분으로 왔다.
이 넓이가 11인실. 우리 일행 3명 포함 총 7명이 썼다.
110V, 220V 콘센트와 내 휴대폰.
배 안의 편의점. 500ml 국산맥주보다 자판기 아사히가 싸다(...) 아사히 500ml는 250¥.
배 안의 자판기들. 과자, 아이스크림, 맥주, 안주 등 별게 다 있다.
아침에 눈을 뜨니 일본 앞바다를 달리고 있었다. 선내 목욕탕에 앉아 창문으로 바다를 바라보며 들뜬 마음을 다시금 느꼈다. 콜럼버스가 신대륙에 닿기 전 이런 마음이었을까.
당연히 남탕. 2개 탕 모두 뜨거운 물(..) 합쳐 그냥!
시모노세키 도착. 입국수속을 마치니 8시 반쯤.
거리로 나왔다.
'아침식사 됩니다' 같은 곳은 없었다. 그래서 편의점 도시락을 찾으러 출발.
닫았음 ㅜㅜ
세븐안마일레븐!
아이스크림과
각종 도시락,
오뎅어묵, 호빵.
한국 편의점과 크게 다를 건 없어서 살짝 김빠짐.
통역 모쿠상 등을 떠밀어 편의점 알바에게 맥도날드 위치를 물어봤다.
아이우에오 혼도 난데스까 마꾸도나르도 도쿠데스까? 소 데스까. 아리가또!
결론은(..) 버스를 타고 한 15분 가야 한다고.
마침 위치도 우리가 돌아다닐 곳의 근처란다.
그래서 버스를 탐.
특이한 게, 일본은 이렇게 숫자가 적힌 버스표를 받는다.
그리고 간 만큼 요금을 내는 방식. 우리보다 늦게 탄 사람은 2, 3 식으로 등급번호가 매겨지고, 내릴 때 1번은 1500엔 2번은 1400엔 하는 식으로 요금이 책정된다. 기사아저씨 위에 요금 전광판이 있고 버스가 한국 택시의 말처럼 달릴 때마다 요금이 올라간다.
뒤늦게 알았지만 버스에서 떠드는 건 일본식 예절에 어긋나는 거란다. 우린 안될거야 아마...
일본 시모노세키 맥도날드.
모쿠상에 의하면 여기만 이렇고 다른 맥도날드는 그냥 한국과 같은 빨간 디자인이란다.
부산에도 이런 디자인의 맥도날드가 있긴 하다.
맥모닝 세트.
한국에 없는 메뉴를 골라 먹었는데, 빵만 핫케익 같은 빵이고 나머지는 같다.
한국과 비슷한 가격이고 내 입엔 이게 더 맛있었다.
배불리 먹고 구경할 거리가 있는 곳으로 이동.
두번째 버스로 이동하며 찍은 (아마도) 성당.
영국 대사관 건물을 개조해 만들었다는 레스토랑.
영국 요리가 세계적으로 맛없기로 유명하다는 건 함정
슬쩍 올라가 메뉴판을 봤는데 메뉴 하나에 약 2000엔 정도.
그릇 등에서 많이 본 토끼. 영국 캐릭터라나.
가라토 시장. 주말이면 많이 붐빈다는데, 우린 평일에 와서 그런거 없다(...)
일본에 가톨릭을 전한 자비에르의 기념비
그리고 들었던 대로 신사(젠틀맨 말고)가 곳곳에 많았는데...
참배 전에 손을 씻는 곳.
신사참배중인 일본인들.
신사 안 모습.
일본인들이 저기서 손을 씻길래 나도 따라했는데 모쿠상 왈
'형 신사참배 하려고요?ㅋㅋ' .... 쟤들 참배하려고 손을 씻는 거였구나.
일본엔 죽은 이들을 기리기 위한 신사가 많은데
전범들을 기리기 위한 곳이 야스쿠니 신사. 물론 여긴 아니다.
우리 모두 크리스찬이기에 참배하는 사람들 구경만 했다.
세계 유일최대의 복어동상이라고.
조선통신사 기념비. 한국어로도 설명되어 있다. 본격 한국인 관광떡밥
기념비 옆 바다. 저 다리를 건너면 원래 목적지인 북큐슈의 후쿠오카(...)
바다로 통하는 계단. 왜 있을까 궁금했는데 모쿠상 왈,
바다에서 신이 걸어올라와서 저 뒤의 신궁까지 걸어간다는 개념이라나.
날아가면 되잖아? 신이라며?
신궁. 천황을 모시는 곳이라나.
역시나 참배참배참배........ 흠좀무.
왼쪽이 이토 히로부미.
일청강화 기념관 앞이었다.
시모노세키 조약이 청일전쟁의 결과물이니.
재밌는건 중국인 관광객도 있었는데, 열심히 신사참배 하고 가더라능.
역사를 잊은 민족에게 미래는 없다
점심식사를 위해 가라토 시장으로 이동.
시끌시끌해서 뭔가 봤더니 원숭이 학대쇼가 펼쳐지고 있었다.
사진상으로는 안보이지만 한 50명 앉아서 구경중(..)
점프하고 뛰고 뒹굴고. 원숭이 점프력이 굉장히 좋음. 재밌게 봤다
쇼가 끝나고는 '칸도 테키닷타라 코코 바스케또 니 오카니 오 이레테쿠다사이'(감동적이었으면 여기 바구니에 돈을 넣어달라)랬지만 우린 일본어를 모르니 그냥 점심 먹으러 갔다.
주말엔 시장이 크게 열려서 초밥 파는 집이 많고 골라먹는 재미가 있다는데,
주중이기에 우리는 선택의 여지 없이 가라토시장 건물 2층의 회전초밥집을 갔다.
자리를 잡고 앉아서 가격표를 확인하고 먼저 눈앞을 지나가는 스시를 구경했다.
진짜 처음 한 10분은 구경만...
접시 하나당 몇백엔 하니까 선뜻 손이 안 갔다. 싼것만 골라먹으려고 봤는데...
좀 맛있어보이는건 죄다 비쌈. 헹.
마구로(참치)!
뭔진 몰라도 맛있었던.
회 발라내고 튀긴 듯. 너댓 개 얹어서 120엔.
장어였나봄
얘도 회 썰어내고 남은 부산물로 만든 요리.180엔.
머리 부분인데 간장양념이 맛있고 먹을 부분도 많았다.
!!!! 꿈에서 나올 것만 같은 마구로 회!!
6조각에 600엔. 셋이서 두개씩 나눠먹었다.
입에서 막 녹아내렸음. 하...
이제 접시 가방에 담으라는 진심개드립을 치며 먹어치운 그릇 감상.
셋이서 총 7천엔 가까이 먹었다.
모쿠상 말로는 관광지라 도쿄보다 더 비싼 것 같다고.
후식으로 료쿠차 아이스크리므.
바닐라+녹차였는데 녹차가 엄청 맛잇었다. 올 녹차맛으로 주문할걸.
가격은 지나가며 받았던 쿠폰으로 30엔 할인해서 300엔.
이제 볼건 다 봤으니아직 관광 시작 3시간밖에 안된건 기분탓 쇼핑을 하러 출발.
각종 맥주와,
음료들. 밀크티다!
맥주는 한국에서 싸게 파는 수입맥주와 비슷하거나 조금 비싼 가격.
바베큐!! 으와!!! 리얼 탐났으나 냉장보관이 불가능해서 못삼.
주님으로 가득 찬 이곳.천국
빨간 팩에 든 건 청주인데 누나랑 매형이 사줘서 한번 먹어봤다.
한국 소매가격의 반도 안하는 듯.
평범한 계산대.
이번엔 서점.
만화책이 엄청났다
여긴 레코드가게의 기타guitar 코너.
일본도 마틴, 다다리오 스트링이 대세구나.
피크도 한국이랑 비슷한 종류와 가격.
영원히 소녀시대!는 죽었어 이제 없어
다이소. 100엔샵이지만 부가세 포함 110엔임.그래서 잔돈이 생긴다!!
마트에서 파는 도시락. 저렴한 회, 초밥 등 많이 보였지만
우린 초밥을 점심때 먹었으므로 평범한 도시락을 샀다.
부산행 성희호를 기다리는 사람들.
출발 때 처럼 우리 빼곤 거의 보따리상.
출입국심사장 앞에 있는 포스터. 그냥 먹어 안죽어
이번엔 6인실. 그런데 우리 셋 말고 아무도 없었다!!!!!
각자 도시락 3개+닭날개+고로케.최후의 만찬
부두세 등 포함한 왕복 뱃삯이 8만원 포함 내가 쓴 돈은 약 19만 원.
여기서 처음 만났던 우리 후배 두명은 절친이 되어있다ㅋㅋㅋㅋ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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