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용자가 맥도날드 알바노조를 만들다가 해고를 당했나보다.
http://www.gobalnews.com/news/articleView.html?idxno=11424
몇 년 전 학부 시절, 약 8개월간 맥도날드에서 아르바이트 한 기억을 떠올려본다.
당시 시급은 4천원 대였다. 최저시급이었지만 최저시급이나마 제대로 지키는 곳이 맥도날드였기에 학생들 사이에선 그나마 괜찮은 알바자리로 통했다. 한달 60시간 이상 근무 시 4대보험 가입과 주휴수당이 나와서 총 월급은 최저시급보다 조금 더 나왔다. 물론 맥도날드 측은 최저시급이라는 단어를 살짝 틀어서 기본시급이라 명명한다.
직급
점장과 부점장, 월급제 매니저, 시급제 매니저가 있고 그 아래로 크루 트레이너, 그리고 크루들이 있다. 크루가 짬 좀 먹으면 크루 트레이너가 되고 매니저를 희망하는 사람들은 무슨 시험을 보던가... 해서 매니저가 된다. 대졸 대상으로 매니저를 뽑는 경우도 있긴 한데 맥도날드는 대부분 알바생으로 시작해서 매니저가 되고 점장이 된다. 매장을 돌며 감시하는 OC라는 직책도 알바 출신이고, 심지어 맥도날드 사장도 알바 출신이라고 하니 알바생들은 솔깃할 만도 하다. 맥도날드의 인사정책은 기본적으로 저렇다. 인건비 절감과 인사관리 효율을 위한 것이겠지만 긍정적으로 평가해 줄 부분인 것 같다.
업무 분장
라이더(배달)를 제외하면 그릴과 카운터로 나뉘는데, 보통 남자는 그릴로 여자는 카운터로 보내는 경향이 있다. 훤칠한 남자애들은 카운터로 가기도 한다. 난 그릴이었다. 지금은 MFY(made for you)라는 방식이라 조금 다른데, 당시 그릴엔 빵굽기, 패티굽기, 튀기기, 드레스(햄버거 쌓기), 포장으로 분업되어 있었다. 평소땐 2~3명이 그릴에 있고, 사람 박터지는 런치때는 각 1명 혹은 드레스 2명으로 5~6명이 그릴에서 움직였다.
이게 패티 굽는 그릴. 삼겹살도 잘 굽힌다.
라이더(배달)들이 겨울에 배달 다녀오면 난로처럼 쓰기도 한다.
카운터는 주문받는 애랑 메뉴 갖다주는 러너, 감자튀기는 애랑 음료수 뽑는 애로 나뉜다. 러너가 제일 빠릿빠릿하고 센스도 있어야 되기에 보통 짬 높은 알바로 배치한다. 카운터가 당황하고 있을 때 뒤에서 가르쳐주는 상황도 종종 볼 수 있다.하지만 러너가 실수하면 카운터가 총알받이 카운터가 엄청 바쁠 때 그릴인 나도 차출된 적이 있는데, 음료 뽑고 뚜껑 덮는 역할. DD(drink drop)로 불림. 물론 안 바쁠 땐 카운터 업무도 한두 명이 다 한다. 제일 짬이 안 되는 카운터 알바는 매장을 돌며 걸레질을 하는데 몸도 힘들고 얼굴도 팔리니 다들 가기 싫어하는 포지션. 라비라고 부른다.매니저랑 안 친하거나 찍혔다면 가게 되겠지
알바 시간
알바 시간이 고정으로 정해지지 않았다는 게 특징. 매장마다 60명이 넘는 알바가 있다. 자주 일하는 알바도 있고, 적게 일해서 한달에 15만원 남짓만 버는 알바도 있다. 매주 스케쥴이 나오고 그 스케쥴에 맞춰서 근무를 한다. 학교 수업 등 알바가 안 되는 시간만 넘겨주면 매니저가 스케쥴을 짜서 주는데, 갑작스레 일이 생기거나 하면 스케쥴을 바꿔주기도 한다. 물론 반대로 누가 펑크냈다며 갑작스레 나와달라 하는 경우도 있다.
직장? 동호회?
일하다보면 직장이라기보단 동호회 느낌이 난다. 매니저들을 부를 때도 형 누나로 부르고, 같이 맥주도 마시고 여행도 간다. 젊은 남녀가 많으니 사귀고 헤어지는 것도 종종 있다. 일하다 보면 안 맞는 사람도 있고, 뒤에서 욕 먹는 일도 부지기수. 특히 스케쥴 매니저는 메인디쉬로 씹힌다. 자기랑 친한 사람 위주로 스케쥴 짜준다느니 하면서. 이 씹음이 극에 달하는 것은 바야흐로 시험기간 때. 이때는 대부분이 스케쥴을 원하지 않으므로 매니저도 알바들의 사정 안 봐주고 강행해서 짠다. 자연히 무단 결근이 제일 많이 생기는 시즌. 휴학생이나 전업 맥알바는 풀가동된다.
식사
음식점 알바의 메리트는 역시 식사가 아닐까. 4시간 이하는 작은 버거(불고기, 치킨 등), 4시간 이상은 큰 식사(빅맥, 더블불고기, 상하이 등) 가능. 단가가 비싼 베이컨토마토디럭스, 더블쿼터파운더 같은 햄버거는 불가능. 근데 규정상 불가능이지 원하면 다 만들어 먹을 수 있다. 배고프면 텐더나 맥너겟도 꺼내먹고, 남은 빵 구워서 먹고. 각종 소스와 재료를 섞어서 신메뉴도 만들어 먹는데 매니저와 친한 아이들이 만드는 걸 보면 별말 안함. 케이준 소스와 칠리소스를 섞어서 감자 찍어먹으면 꿀맛. 난 치즈버거를 좋아해서 네겹짜리 치즈버거도 만들어 먹어봤다.
이게 패티2+치즈2 들어간 더블치즈버거. 4장씩 넣어도 더블쿼터보단 작다.
부당한 대우
지금 생각해보면 정말 열받는, 속칭 꺾기로 통하는 조기퇴근. 매니저는 손님이 어느정도 올 것인지 예상하고 스케쥴을 짜는데, 예상과 달리 알바생은 많고 손님이 없는 경우에 높은 확률로 ㅇㅇ씨, 퇴근하세요. 란 말을 한다. 매출은 적은데 알바생이 많으면 매니저 실적에 반영되는 것 같다. 당연히 매니저랑 덜 친한 알바를 퇴근시킨다. 나도 몇 번 당한 일인데, 이거 진짜 열받는다. 기껏 일하러 나왔는데 손님 없다고 집에 가라니. 손님이 없으면 편하게 일하는데! 부당하단 생각은 했지만 애초에 불법이었다는 건 최근 맥도날드 노조 기사를 통해 알았다.
노동법상 유니폼 갈아입는 시간도 업무시간에 들어가지만, 맥도날드에선 알바시간에 포함시키지 않는다. 휴게실에서 유니폼을 갈아입고 매장으로 올라간 후 출근을 찍고, 일 마치면 퇴근을 찍고 내려와서 유니폼을 벗는다.
노동법상 4시간 일하면 30분 휴식이 주어지는데, 맥도날드는 이걸 인건비 절감으로 잘 이용해 먹는다. 11:00~14:00까지 런치 러쉬가 끝나면 한가해 지는 틈에 휴식하고 오란다. 당연히 휴식시간은 알바비에서 빠진다. 가기 싫다고 해도 억지로 가야한다. 법적으로 30분 이상 휴식을 해야한다나. 다른 법은 몰라도 이런건 철저하게 지킨다.
이런 꿀휴식은 아니고...
그냥 지저분한 휴게실에 앉아서 햄버거 하나 먹고 폰 보다 올라가는 정도.
근무시간 조작도 종종 있었다. 어쩌다 추가근무를 많이 하게 되는 경우, 하루에 8시간 이상 일하면 +50%의 수당이 붙으니 8시간 이후의 시간은 다음날로 넣는 식의 조작. 또 이런 경우도 있었다. 퇴근시간이라 매니저한테 퇴근하겠다 하고 퇴근을 찍었는데 조금만 더 일해달라고. 출근 찍을까요? 물어봤더니 찍지 말고유인촌 일하면 자기가 조정해서 시간 늘려주겠단다. 두시간 반 추가로 근무했다. 나중에 월급 계산해보니 딱 그만큼 만원 가량 안 들어왔네. 퇴사 후 받은 월급이라 따지기도 뭣해서 당시엔 그냥 넘어갔지만...
정말 안타까운 건, 이십대가 할만한 알바 중 맥도날드가 그나마 근로기준법을 잘 지키는 편이라는 거.
'일상'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복수? 용서? (0) | 2015.03.24 |
---|---|
국비 프로젝트팀 이야기 (0) | 2014.12.24 |
글쓰기 학교를 지원하며 (0) | 2014.09.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