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부의 두 렙돈

생각 2015. 6. 30. 11:17
 
  1. 예수께서 가르치실 때에 이르시되 긴 옷을 입고 다니는 것과 시장에서 문안 받는 것과
  2. 회당의 높은 자리와 잔치의 윗자리를 원하는 서기관들을 삼가라
  3. 그들은 과부의 가산을 삼키며 외식으로 길게 기도하는 자니 그 받는 판결이 더욱 중하리라 하시니라
  1. 예수께서 헌금함을 대하여 앉으사 무리가 어떻게 헌금함에 돈 넣는가를 보실새 여러 부자는 많이 넣는데
  2. 한 가난한 과부는 와서 두 렙돈 곧 한 고드란트를 넣는지라
  3. 예수께서 제자들을 불러다가 이르시되 내가 진실로 너희에게 이르노니 이 가난한 과부는 헌금함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도다
  4. 그들은 다 그 풍족한 중에서 넣었거니와 이 과부는 그 가난한 중에서 자기의 모든 소유 곧 생활비 전부를 넣었느니라 하시니라

 

  1. 예수께서 성전에서 나가실 때에 제자 중 하나가 이르되 선생님이여 보소서 이 돌들이 어떠하며 이 건물들이 어떠하니이까
  2. 예수께서 이르시되 네가 이 큰 건물들을 보느냐 돌 하나도 돌 위에 남지 않고 다 무너뜨려지리라 하시니라


성전에서 가난한 과부가 두 렙돈을 헌금함에 넣었다(42). 그것을 보고 예수님은 이 과부가 헌금함에 넣는 모든 사람보다 많이 넣었다고 말한다(43).


많이 접하는 본문이다. 보잘 것 없는 과부의 헌금을 넉넉히 받으시는 하나님이라는 주제로 나오는 설교도 많다. 이런 류의 설교는 흔히 드릴 것 없을지라도 하나님은 금액이 아닌 우리의 중심을 보시며, 그런 하나님 앞에 감사함으로 그리고 기쁨으로 우리의 것을 내어드려야 한다는 식으로 귀결된다. 과연 이 본문은 그러한 의도로 쓰여졌을까?



성경사전에서 렙돈의 정의를 찾아봤다. 

렙돈 : 그리스의 최소 동전 단위. 호리로 불리기도 한다(눅 12:59). 중량 1.7g, 앗사리온의 8분의 1, 고드란트의 2분의 1에 해당된다(막 12:24). 예수께서는 과부의 두 렙돈 헌금을 칭찬하셨다(눅 21:1-4).


지금으로 치면 오백원짜리 두개를 넣었다고 보면 적절하겠다. 동전을 넣는 순간 헌금함 바닥에 짤랑 하는 소리가 났을 것이고, 주위의 시선을 끌기도 했을 것이다.



41-44절만 본다면 예수님이 과부를 칭찬한 것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

그런데 해당 구절의 앞뒤를 살펴보자.

36-40절에서 예수님은 서기관을 질책한다. 몇 가지 근거를 드는데, 그 중 하나는 '과부의 가산을 삼키는' 것이다.


13:1-2에서는 성전을 나가시며 성전의 화려함에 심취한 제자들에게 이 성전이 무너질 것이라고 말씀하신다. 이 성전이 화려하되, 하나님을 섬기지 않는 건물이라는 뜻이다.



본문에서 예수님의 이야기가 어떻게 흐르는가? 과부를 착취하는 서기관을 비판(38)하다가 헌금하는 과부를 주목했으며(43-44), 서기관이 있고 과부가 헌금을 낸 그 장소가 무너질 것이라 얘기한다(13:2).


많이들 오해하는데, 사실 예수님은 과부를 칭찬하지 않았다. 누구보다도 많은 헌금을 냈다고 했을 뿐이다. 앞뒤 문맥이 없다면 칭찬으로 받아들여졌겠지만, '과부를 착취하면서 기도는 근엄하게 하는' 서기관을 질책(38v)한 후 한 이야기라면 의미는 달라진다. 그것은 자연히 서기관 질책의 연장이 된다. 이 과부는 그 질책의 명확한 근거가 되었을 것이다. '저것 봐라. 저들은 생계가 곤란한 과부의 생활비마저 받아가고 있다'


나는 우리의 보잘것없는 헌금도 하나님이 기쁘게 받으실 것이라 생각한다. 단, 이 본문은 그런 맥락이 아니라는 것이다. 과부의 찢어지게 가난한 생활에도 불구하고 헌금을 받아내는 종교 지도자들에 대한 질책이었고, 그 불의가 이뤄지는 성전에 대한 사망 선고였다.



병행구절인 누가복음 21장도 앞뒤 문맥이 똑같은 구조로 되어 있다.

(서기관 질책 - 과부 언급 - 성전 무너짐 예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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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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