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11.27
1. 확실히 난 지도자 스타일은 아니다. 다른 사람에게 지시하고 통제하고 관리하는 건 아무리 시간이 지나도 익숙해지지 않는다. 한 사람 한 사람 케어하고 챙기는 것도 안 된다. 굉장한 노력을 기울여 기질을 거스를 수는 있겠으나, 그것은 과도한 에너지가 필요하다.
2. 찬양팀장과 찬양인도를 하면서부터 그랬던 것 같당. 난 내 능력과 인격에 비해 상당히 고평가받고 있다. 이건 겸손도 교만도 아닌 건조한 서술이다. 가령, 내가 8점의 사람이라면, 앞에 서는 이미지 덕에 10점의 사람처럼 비춰진단 얘기다.
3. 덕분에 청년부 회장 공천을 받았다. 외향적이지 않고, 그렇다고 꼼꼼하지도 않기에 총무나 회계 할 스타일은 아니고, 부회장은 자매가 꾸준히 해왔고, 서기 하기엔 연차가 많고. 공천을 받는다면 회장을 받겠거니, 막연히 생각했었다. 흔히 하듯 굳이 막판까지 공천을 숨겨야 할 어떤 이유도 동의되지 않는다. 침묵이라면 모를까, 거짓말을 하면서까지 숨기는 것은 공동체 구성원에 대한 기만이다.
4. 그래서, 할거냐. 솔직히 하고 싶지 않다. 한 그룹의 대표자 역할을 해내기엔 너무 우유부단하고, 카리스마가 딸린다. 이런 결점은 찬양팀에서 해왔듯 합의를 끌어내고 모두의 동의를 받는 민주적 운영을 할 땐 장점이 될 수도 있다만, 의사표명에 적극적이지 않은 우리 공동체 기질상 마이너스 요인이다.
5. 보통 리더들은 카리스마적 리더십이 탁월하지 않으면 온유함으로 그 부분을 보완하는 것 같다. 끌든 품든 한 묶음이 되어 간다고 말하면 얼추 맞을까. 나는 둘 다 아니다. 역량이 부족하다. 차라리 특유의 직관으로 날카롭게 통찰(이것도 썩 뛰어나진 않다만)하는 역할이 적합하다.
6. IVF와는 달리 청년부는 교회 소속이다. 따라서 대외적인 활동이 많고, '이건 아닌데...' 싶은 일을 지시받을 경우가 걱정된다. 내가 동의하지 않는 일을 꾹 참고 하는 것까진 용납된다만, 그걸 남에게까지 권해야 하는 상황은 도저히 못 견디겠다. 나는 비판적인 성향의 사람이고, 그 성향은 내가 소속된 교회라고 해서 예외이지도 않다. 근래엔 조직 생활을 하며 이 성향이 많이 희석되었고, 가치와 현실의 괴리에도 침묵하는 비겁함을 내면화시켜가고 있다만, 분명 유쾌한 일은 아니다.
7. 나는 총회 때 이런 견해를 밝힐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동체 사람들이 나를 선택한다면 어쩔 수 없는 거고...
싸이 다이어리에 공개로 썼던 글. 이땐 그 잔을 피했다. 하지만 1년 후 결국 들이켰고, 이 글을 쓰던 당시 예상했던 모든 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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