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간으로 으쌰으쌰

생각 2015. 4. 9. 18:37


순수성을 확보하려는 건 내 선천적인 기질인 것 같다. 

중립성을 훼손하지 않으려는 노력이 삶의 전 영역에서 나타난다. 대표적으로 나에 대한 비판을 굳이 찾아 듣고, 남이 나를 좋아해줄 때 그 이유에 대해서 분석하고, 싫어 죽겠는 사람도 장단점을 구분한다. '그 인간 나도 겁나 싫어하는데 그래도 그건 아니지.'

 

나한테 이득이 되는 경우에도 이것저것 재고 따진다. 학교에서 계약기간이 끝나고 부서장님의 추천으로 다른 부서에 갈 때 연줄 잡고 가는거 잘못된 거 아닌지 많이 고민했다.결국 가긴 갔다 하지만 망했지


사람은 본능적으로 상황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래서 중립적인 위치에서 나를 돌아보기 위해 잘잘못을 따질 때 나에게 보정 핸디캡을 준다. 때론 그것이 나에게 역차별이 되기도 할 정도로.


동기를 살펴보는 것도 정말 열심이다. 왜 그랬을까? 어떤 감정이었지? 그 애한테 무의식적으로 받은 느낌이 어땠지? 걔가 아니라 다른 사람이었다면? 그때도 똑같이 반응했을까?


근데 요즘은 이 기질이 영 피곤하단 말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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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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