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말로 기억한다. 페이스북에서 어떤 분이 마커스 7집을 보고 원색적으로 비난했다. 마커스 7집 소개글에 세월호 언급을 보고 분노한 듯.(이유는 뒤에서 설명) 뜻하지 않게 페이스북에서 제법 이슈가 되었고, 찬양앨범에 조금이나마 관심을 두는 사람이라면 알만한 네임드 사역자들도 댓글을 달았다. 한 찬양사역자의 설명으로 글쓴이가 마커스 앨범 소개글의 오독을 인정했고, 뒤늦게 마커스 멤버 한 분이 차분하며 겸손한 댓글을 써서 압도적인 좋아요를 받으며 훈훈하게 끝나가는 분위기까지 확인했다. 현재 그 글은 글쓴이가 본의 아니게 논란이 커진 것 같다며 삭제한 상태.오독한 게 드러나서 부끄러웠겠지
추후 이런 기사도 나왔다(페이스북에서 마커스 심종호 씨가 오해라고 탄식하며 링크하여 보게 되었다). 이 기사를 쓴 기자 겸 목사는 위 페이스북 글쓴이를 언급하며 그분과 같은 오독으로 이야기를 시작했다. 기사의 논지에 동의하고 문제의식에도 공감하는데, 오해로 점철된 도입부가 좀 아쉽다.나 따위는 가볍게 씹어먹는 필력이란 건 넘어가자 이쯤되면 마커스의 소개글에 원죄가 있다는 주장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닌 듯. 문단이 오해하기 좋게 구성되었다. 여담인데 소개글이 문장력은 좋으나 문단 간 이음새가 매끄럽지 못하다. 여러 사람이 공동으로 작성했거나 초안에서 세부적인 수정을 많이 한 것 같다.
문제가 된 마커스 앨범 소개글 일부를 살펴보면... (전문은 여기서 확인)
(전략)
그와 함께 2014년 4월, 이 나라에 잊을 수 없는 사건인 ‘세월호’ 사건이 터지기도 했다.
그 사건을 계기로 이 땅의 수많은 죄악들이 수면위로 떠오르게 되었고, 더불어 이 세상의 모습을 비추는 듯한 우리 ‘교회’들의 상황을 마주하며 혼돈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우리가 이 시간 속에서 이 상황을 마주하며 과연 무엇을 말하고 노래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을 하다가 시대적인 상황을 보며 ‘교회’를 주제로 하여 오랫동안 앨범을 기획하며 준비하기도 했다.
이 시대에 교회의 역할이 무엇인가, 이렇게 해야 하지 않을까? 라는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 공부하고 토론하며 이상적인 메시지를 만들어내고 있었다. 그러나 어느 순간, 멤버들에게 동일하게 주시는 마음이 있어서 1년 가까이 준비해온 과정을 고스란히 접을 수밖에 없었다.
(후략)
정리하자면 마커스는 앨범준비를 1년 가까이 하는 중->세월호 사건 일어나서->준비한 1년의 과정을 접고->다른 방향으로 앨범을 준비했음 을 말하려 했는데, 몇몇 사람들이 세월호 사건을 접하고->아파하며 1년 가까이 앨범준비를 했으나->멤버들에게 동일한 마음을 주셔서->접고 다른 주제로 앨범을 냈다 로 이해한 것. 세월호 사건 11개월 후 발매된 앨범인데? 어제 예배하면 오늘 앨범이 뚝딱! 마커스 글만 읽어보면 진짜 그런 의미로 이해되는건 함정
논란의 시작이었던 페이스북 글에 달린 댓글들은 세월호 이후 마커스 내부에서 실제로 치열한 고민이 있었음을 얘기한다. 당연한 얘기다. 마커스 앨범엔 삶의 예배를 강조한 노래가 많았다. 대표적으로 2집의 [부르신 곳에서]. 나 역시 내가 속한 선교단체에서 삶과 상황이 없는 진공 상태의 예배는 존재할 수 없다고 배웠다.
당시를 떠올려보자. 너무도 괴로웠다. 대체 왜 이런 일이 일어났나.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어노인팅 9집) 전능하시고 신실한 분이라는 고백이 이 상황에서 가당키나 한 건가? 아니, 정말 하나님은 선하신 분인 건가? 300여 명이 서서히 죽어가는 이 상황에서 하나님은 어디 계셨단 말인가. 이 순간 부르는 찬송이, 함께 모여 예배하는 것에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 정리되지 않은 생각이 중구난방으로 머리를 떠돌았다. 곧 다가올 부활절을 차마 기뻐할 수 없었다. 심지어 기뻐할 준비를 하는 사람들의 신앙을 의심할 지경이었다. 나를 비롯해 많은 그리스도인들이 이른바 '멘붕' 상태에 빠졌으리라. 감사하게도 페이스북에서 친구를 맺고 있는 다수의 사역자를 통해 나름의 답을 얻을 수 있었다. 큰 틀로 보자면 하나님 나라와 대립하는 죄의 세상에서 일어난 일이며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하나님 나라를 이루어가야 한다- 는. 그래서 '하나님 나라의 회복'이라는 주제로 예배를 준비했다. [예수 우리 왕이여], 이대귀의 [나는]과 [응답하소서], [예수 하나님의 공의], 어노인팅(이지음)의 [그러나 우리 하나님은], 마커스의 [주의 나라 세우소서] 이렇게 여섯 곡으로 시대의 아픔을 노래하고자 했다. 당시의 나로서는 곡 선정에 최선을 다했던 것 같다.
나같은 어린 신앙도 괴롭고 치열한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었는데, 찬양사역을 업으로 하는 사람들이라면 오죽했으랴. 존재 이유에 대해서까지 고민하지 않았겠나. 하나님 나라를 소망하고 갈구하지만, 현실의 완전히 이뤄지지 않은 하나님 나라를 노래하는 것에 대한 성찰이 뒤따랐을 것이다. 책임지지 않으려는 자들의 비겁한 회피가 세월호란 참사를 정치적 공방으로 이전시켰기에, 세월호를 계속해서 이야기하는 것을 정교분리라는 같잖은 이유로 불편해하는 기독교인이 적지 않다. 마커스 안에서도 그런 의견 충돌이 없지 않았으리라. 일단 마커스 인도자인 심종호 씨의 페이스북(세월호 후 페이스북을 시작했다 카더라)으로 드러나는 기풍은 '침묵할 수 없다'인 듯하다. 세세하게 알 수는 없으나, 마커스도 내부적으로 적잖은 진통을 겪었을 것 같다.
그렇게 나온 앨범이 마커스 7집이고, 가사를 살펴보면 세월호의 문제를 직접적으로 다루진 않고 있다. '고스란히 접었다'고 했지만 교회라는 주제는 곡 간간이 보인다. 또한 믿는 사람들이 구체적으로 무엇을 생각하고 행동할지 그려지지 않으며 메시지가 다소 추상적이다. 물론 소개글과 생뚱맞은 주제라고 할 건 아니다. 우리를 통해 주의 사랑을 보고, 교회를 통해 하나님 나라를 본다, 우리는 주의 교회이며 믿는 자를 통해 일하는 하나님을 찬양하는 것이 이 세상에 하나님 나라의 통치를 벗어나는 슬픈 일이 일어나지 않게 하려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이야기할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마커스의 직전 앨범을 포함해 하나님 나라를 주제로 노래하는 앨범은 이미 많다. '세월호 사건 이후 드러난 수많은 죄악들을 직시했고, 멤버들에게 동일한 마음을 주셔서 준비해온 1년의 과정을 접고 다시 준비한 것' 이란 소개글을 달았지만 각 노래의 가사를 살펴보면... 그 고민의 깊이가 담겨있다고 보기엔 다소 의아하다. 그러고보면 앞서 벌어진 헤프닝들이 딱히 오독한 사람들 탓만은 아닌 듯.
어쩌면 나야말로 개인적인 바람을 마커스에게 너무 투영해 앨범의 의도를 오독한 건 아닌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