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

공동체 2015. 6. 30. 11:25

오랜만에 고등부, 청년부 찬양 인도가 겹쳤다.

홍수 속에 마실 물이 없다던가. 

대부분의 인도자는 그렇지 않겠지만, 

나는 찬양인도를 하면 소진이 많은 편이다. 


예배를 마친 후 신입생 환영회가 있었다.

저녁 먹고 교회에서 레크레이션 하며 노는 일정.

청년부 조장들과 신입생들은 식사 후 레크레이션을 하러 갔고

난 청년부실에 남아 시찬을 펴고 피아노를 깔짝이고 있었다.

내 피아노 연주력은 코드만 겨우 잡는 수준이지만

혼자 찬양하는데 번번이 틀린다고 누가 뭐라 할소냐.





그런데 예배 마치고 교회에서 방황하던 스물한살 예대생이 들어온다.

가끔 같이 찬양하는, 피아노도 잘 치고 노래도 되게 잘 하는 여자아이다.

순순히 피아노를 내어줌으로서 유혈사태를 피하고 같이 찬양을 시작.


원래 음악적 감각이 뛰어난 아이란 건 알았지만

완벽한 시창이 되는 걸 보고 정말 놀랐다.

다리놓는사람들 예배인도자컨퍼런스 2005앨범에서 (아마도 강동균 인도의) 전능하신 주.

이 찬양을 악보만 보고 원래 알던 노래처럼 부르고 애드립과 화음도 넣고

피아노도 온갖 화려한 꾸밈음을 넣어서 치는데 와.... 입이 떡 벌어졌다.


싱크로율 98%



시찬 9집을 뒤적이며 알만한 곡들은 막 불러제꼈는데

어쩌면 그렇게도 음을 자유자재로 누비고 다닐 수 있는지.


찬양집에 더 이상 부를만한 노래가 없을 즈음,

청년부실 앞에 걸린 올해의 표어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를 보더니

이 아이는 작사작곡을 해버린다.



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단 한 가지

내 삶 속에서 주님을 노래하는 것

내 평생에 주님만을 노래하는 것

어떤 상황이나 순간에도

내 삶에 찾아오신 주님을 노래해



너무나 자연스럽게 막힘없이 부르길래

난 원래 있는 노랜 줄 알았다. -_-;

그 아이는 별로 어려운 건 아니라며
나도 해보라며 D코드 진행을 쳐주었다.

음... 음... 우물쭈물... 에라 모르겠다.


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내가 여호와께 바라는 한 가지

오직 공의가 물 같이 

정의가 하수같이 흐르는 나라 되게 하소서

가난한 자 억눌린 자 고통받는 자

주의 이름으로 구원을 선포하소서


어설픈 멜로디로 간단한 곡을 만들어냈다.
지금은 물론 그 멜로디가 희미하다.
가사는 참... 나스럽군.


앞에 놓인 콜라를 보고 또 노래를 만들어낸다



콜라~ 오 콜라~ 넌 너무 매력적이야

톡 쏘는 그맛 세상에서 하나뿐이야

사이다? 넌 사이다와 급이 달라!

오오오 콜라 없인 못 살아 콜라 넌 너무 매력적이야


한 1분짜리 노래로 작사작곡 했는데 세세하게는 기억이 안 난다.

신나고 코믹한 노래였다.ㅋ 문득 떠올라서 물어봤다.


"악동뮤지션 애들도 이런 식으로 노래 만드는 거야?"

"네, 아마도 그럴 거예요. 다리꼬지마 같은 노래도 이렇게 만들었을걸요."

"오와... 그럼 너도 작사작곡 간단하게 막 하고 그러겠네?"

"넹. 꺄르륵ㅋㅋ"

사실을 얘기하고도 좀 부끄러웠던지 웃는다.



그러면서 자연스레 음악에 관한 이야기를 심도 있게 나누었는데

사람은 음악을 듣지 않으면 감정이 메마른단다.

박성업류의 황당무개한 주장도 연관이 있겠다 생각하며 들었는데

우울한 노래를 듣는 사람은 우울해지고,

신나는 노래를 즐겨 듣는 사람은 들떠 있고,

음악을 안 듣는 사람은 감성이 죽는단다.


우울한 사람이 우울한 노래를 즐겨듣는게 아닐까, 했는데

이내 닭과 달걀같은 문제라 생각되었다.

시초야 어쨌든 닭이 있으니 달걀이 있고, 달걀이 있으니 닭이 태어나듯

서로 상호작용하는 것이려니.


그러다 뇌리를 스친 것이

내가 음악(가요든 ccm이든)을 즐겨들은 지 꽤 오래 됐다는 것과

그리고 요즘 들어 감정이 메말라간다는 것을 느꼈다는 거.

음악의 부재가 그 원인일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래서 이제부터 굳이 의식적으로 찬양 앨범들을 들어보려고.




그렇게 우리의 찬양과 대화는 오후 5시즘 시작해서 7시 반까지 달렸다.



2014.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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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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