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회장이 선출되고 직감했다. 내년은 나겠네... 그리고 그것이 실제로 일어났습니다.


 많은 부분을 바꿔보려고 했지만 회장이 된 내가 교회에서 청년부에게 시키는 것은 하나도 거부할 수 있는 게 없다. 까라면 까고 하라면 해야 한다. 일종의 바지사장 같은. 이게 2주 동안 내가 느낀 회장의 포지션이다.


 나는 사고 중심의 논리형 인간이다. 이 성향은 나의 강점이자 약점이고 양날의 검이다. 머리로 납득이 안 되면 도통 움직이질 못한다. 논쟁이 되더라도 의견 교환을 피하지 않고, 나와 반대되는 의견도 논리적으로 납득되면 존중하며, 감정을 앞세우지 않은 격렬한 토론이라면 악감정도 남기지 않는다. 수직적 지시와 관행은 받아들이기 힘들다. 그러다보니 '이제껏 하던 거니까' '원래 해야하는' 식의 주장을 들으면 속이 답답해진다. "원래가 어딨어요? 이제껏 왜 했냐고요. 타당한 이유를 제시해 주세요." 


 교회 사역에서 '이거 대체 왜 하지?'란 질문에 납득되는 답을 얻기 힘들다. 다시 말해 동기부여가 안 된다. 그런 일에 청년부를 동원해야 할 때 정말 자괴감에 빠진다. 나도 하기 싫은 일을 남에게 권해야 하는 상황이 달가울 사람이 어디 있으랴. 겨우 2주 됐는데, 회장은 내 자리가 아닌 것 같이 느껴진다. 청년부 회칙에서는 회장은 본 회를 대표한다고 하지만, 실상은 봉건제도 속의 농노 같다. 할 일은 정해져 있고 넌 그걸 하면 돼, 같은 느낌.


 적절한 선에서의 타협. 이라고 위로하기엔 항상 양보할 것 같다. 그러나 시키는 일은 일단 하고 보자. 대신 그 일에 대한 평가는 날카롭고 냉정하며 신랄하게 할 거다. 단, 하지 않으려 했던 일이 좋은 결과를 내었을 때는 내가 틀렸음을 겸허히 인정해야 할 테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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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에소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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